귀갓길

사각사각,,,… 사각사각,,,,…
 ABS 플라스틱을 깎는 중이다. ABS 플라스틱은 경도가 높아서 강한 힘을 줘서 깎아야 한다. 나는 이 플라스틱을 깎아 나무 모형을 만들고자 한다. 어떤 나무 모형을 만들고자 묻는다면 줄기는 길고 굳게 뻗어 모두의 귀감이 되고 잎과 열매가 풍성하게 열려 모두를 감싸줬으면 한다. 뭐, 단지 모형에 불과하지만 꿈이라도 크게 꾸는 게 죄인가! 지금은 단지 학생에 불과하지만 나중엔 프로가 될 것이다. 프로가 되면 매점도 열 수 있고, 매점을 열면 여러 손님을 맞이할 수 있고, 손님을 만나면 그중에 여자 손님을 만날 수 있고, 그러다 어쩌면 연애로 발전…….뭐 꿈은 크게 꿀수록 좋다…

 학교는 산골짜기 깊은 곳에 있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기숙사 학교이기 때문에 주 5일은 학교에 있고 2일은 집으로 돌아가 쉬게된다. 많은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간다, 그게 보통이다. 그 이외에는 부모님이 데리러 오거나 직접 걸어서 집에 가는 정도다. 나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깍던 플라스틱을 비닐봉지에 넣고 버스를 타기 위해 학교 1층으로 내려갔다. 수많은 학생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데 키가 어찌나 쪼매나고 하는 행동은 약간 모자란데 머리는 어찌나 비범한지. 그 점이 참 귀여워 마음에 들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 좋아하는 그 아이 옆자리에 안고 싶은데 보는 눈이 많아 어찌 그럴까... 오늘도 머릿속으로 상상만 해본다. 그러는 와중에 버스가 도착했다. 짐이 많은 아이는 캐리어를 버스 아래에 집어넣고 짐이 별로 없는 아이는 바로 버스 좌석에 착석했다. 버스를 타고서는 바로 노래를 듣는다. 데이터로 인터넷을 하고 싶지만 밤에 몰래 핸드폰을 하느라 데이터는 이미 다 써버린지 오래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기는 심심하니 노래로 이 마음을 대신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세상을 잊고 음악 속 세계로 빠져들게 된... 앗 좋아하는 아이는 결국 멀리 떨어진 자리로 앉았다. 이런! 나는 그래도 앞자리나 뒷자리를 기대했는데... 뭐 주체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음악 속 세계로 빠져들면 점점 졸려온다. 세상을 살아가는 피곤을 잊기 때문일까? 순식간에 잠에 들게 된다.

 

 웅성 웅성... 하아아아아ㅏㅏ아ㅏ아ㅏ암... 뭐지? 앗 다들 버스를 내려서 짐을 꺼내고 있다! 나도 쫌 깨어주지 다들 매정하게... 너무하다. 엇 근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햣 햣 흐으으으응ㅁ 햣햣 하아아앗 햣 음... 몸이 안 움직여 이게 가위눌린다는 건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누가 나 쫌 깨워줘... 결국 버스 문이 닫히고 말았다. 하... 다음에 정차하는 곳은 꽤 먼 곳인데 어떡하지 비참해진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가위는 풀려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중간 정차를 부탁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님에게 다가가는 순간 버스가 갑자기 급가속하기 시작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가속으로 넘어졌는데 창문 밖으로 보인 다리에 무빙워크가 설치되어있었다. 말도 안 돼 요즘은 동내 다리에도 무빙워크가 설치되어있단 말인가. 근데 갑자기 버스가 무빙워크 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속하는 것 아닌가. 무빙워크를 타고 가속하기 시작한 버스는 다리 건너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 결국 길을 지나가던 다른 트럭과 출동하고 말았다. 이럴 수가! 충돌의 여파로 버스는 뒤쪽으로 넘어가더니 올라왔던 계단을 굴러 떨어지며 결국 완벽하게 전복되고 말았다.

 

 내 몸은 중력에 의해 바닥이 되어버린 버스 천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겪고도 살아있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버스를 내리지 않는 몇몇 아이들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의식이 있는건 나뿐인가?" 무심코 생각을 말해버렸다. 그러자 누군가 내 뒤에서 "나도 있어"라고 말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내가 좋아하던 그 아이였다.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제 어떡하지 경찰에 먼저 신고를 해야 하나? 아니면 119에 신고를? 친구들은 어떡하지..." 너무 혼란스러워 속사포로 말을하고 말았다. 그 아이는 복잡한 마음을 얼굴로 표현하더니 손가락으로 갑자기 여러 수식을 나열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진 듯했다. "아! 그렇구나~"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도대체 뭘 알았다는 건가. 그 아이는 버스 운전석 쪽으로 다가가 버스 핸들과 기어 손잡이를 잡더니 현란한 손놀림으로 버스를 뒤집어 냈다. "아아어ㅏㅇ놔오나오아모롣자ㅗㅕㄹ댜먀ㅜ나ㅣ어ㅘ만이ㅏ몬ㅇ머ㅣ오쟈ㅓㅔ 도대체 갑자기 뭐 하는 거야! 뭐우매ㅕ재ㅑ에ㅑ주ㅑㅈ베" 한순간에 뒤집힌 버스 때문에 나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고 말았다. 아앗 피가 나는 것 같다. 정말 어이가 없다. "이제 됐다! 자! 집에 돌아가자!" 여자아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이래서 내가 이 아이를 좋아하는 걸까? 나는 비닐봉지를 챙겨 집으로 돌아갔다.

 

그곳에 있던 버스와 기사님, 아이들이 어떻게 됐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 아이와 함께 노을을 배경으로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