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과학의 세계, 격돌하라 청춘이여! - 3

프롤로그

4월 초에 폈던 벚꽃도 다 저물어 1학년생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때쯤 전교생이 고대하고 긴장하는 초대형 이벤트, 중간고사가 시작된다. 경기북과학고에서는 중간고사 문제 제작을 위해 에아이티, 하붜드, 카에스트 이렇게 세계 3위권 대학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한다고 한다. 이러한 막강한 난이도 때문에 중간고사 이후 우울증에 빠지는 학생이 많아 우울증 상담에 35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중간고사 이후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좋아! 도전이다. 그야말로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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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첫 시험 준비 - 깡태구의 도발.

반 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가니 반에는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다들 첫 시험 준비를 위해 책상 위에 놓인 교재와 학원 프린트물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대부분은 수학이나 물리를 공부하고 있었고 여유가 있는 학생들은 생물이나 지구과학을 보고 있었다. 반 문을 세게 열어 쾅 소리가 났음에도 아무도 나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1dB 이하의 소리로 움직여 내 자리에 앉았고 수학이 많이 부족했던 난 학원에서 준 호몰로지 대수학 응용 편 교재를 꺼내 공부를 시작했다. 중간고사 기간에 되면 학교 수업은 전면 중단된다. 반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선생님들이 그냥 반에 들락날락할 뿐이었다.
그렇게 1교시, 2교시, 3교시가 지나 4교시도 순식간에 지나가 점심시간이 왔다. 학기 초에 서먹했던 친구들도 이때쯤 되면 대부분 같이 몰려다니면서 점심을 먹는다. 하지만 깡태구는 이석투 선생님 사건 이후 반에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냥 찐따인 나와 함께 항상 점심을 먹었다.
"야 깡태구 점심 먹으러 가자. 벌써 점심시간이야"
"아니 나는 점심 따위 먹지 않아. 나는 점심을 초월한 존재야. 이대로 시험공부에 몰두한다."
"!!! 녀석 점심을 초월한 거냐? 하지만 밥을 먹지 않는다면 저녁 자습시간 전까지 힘을 낼 수 없다고."
깡태구는 가소롭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 시작했다. 그 뒤 나를 도발한다는 듯이 리만 가설 증명을 A4공책에 쓰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눈으로 손을 좇을 수가 없었다. 그가 점심을 초월했다는 것은 허풍이 아니었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거지? 이건 에너지 보존 법칙을 뛰어넘는다고!
"억울하다. 이것이 재능의 영역인가. 깡태구, 그는 신이야."
나는 넘쳐 나오는 눈물을 닦으며 점심실로 달려갔다. 복도에는 달려가는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반에는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와 연필 소리밖에 남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반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내 책상에 Q.E.D. 가 적힌 리만 가설 증명 종이 뭉치가 쌓여 있었고 깡태구는 소리 없이 조커처럼 웃고 있었다. 이건 나를 향한 도발이다. 이 도전받아주지. 종이 뭉탱이를 울트라 청소기로 빨아들이며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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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울트라 청소기

울트라 청소기는 '샌즈입자'와 '와샌즈입자'를 이용하여 현실세계의 물질을 메타버스 세계로 보내버리는 그야말로 블랙홀 같은 청소기이다. '중소'기업에서 개발 이후 대중으로부터 큰 과심을 받지 못했는데 권도헌의 잡담 블로그에 홍보글이 작성되면서부터 청소 기계의 명품이 되었다. 정말로 모든 것을 빨아들일 수 있었던 울트라 청소기는 의도치 않게 전쟁무기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이정석 회장은 이로 인해 엄청나게 큰돈을 벌게 되었지만 알프레드 노벨처럼 큰 죄책감에 시달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돈만 많으면 된다는 그의 철학답게 그는 전 세계 군사기구와 계약을 맺어 '중소'기업을 현재의 위치까지 발전시켰다고 한다.

-상대성이론 샌즈 절대 지식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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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대망의 중간고사

'위이이이잉ㅇ 삐빅... 위이이잉'
기숙사에서부터 엄중한 분위기가 풍겨왔다. 학교 곳곳에는 드론이 날아다니며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하고 있었고 반으로 가는 길에는 X-ray 검색대가 있어 전자기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학교 전방 500m는 차량의 접근조차 금지되어있고 경기북과학고 위 성층권 계면까지 물체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에 웃고 떠들던 아이들도 조용히 신체검사를 받고 반으로 이동했다. 반 문을 여니 시험 대열로 자리가 세팅되어 있었고 평소에는 없던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있었다. 칠판에는 세슘원자시계가 있어 현재 시간을 91억 9천2백63만 1천770 분의 1초 간격으로 표시해주고 있었다.
'현재 시간은 8시 43분 53.00351034011초'
마음속으로 현재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다. 아직 시험까지 약 27분 정도 남았다. 가방에서 호몰로지 대수학 기초와 퀀텀 메카닉스를 꺼내 공부했던 부분을 다시 둘러보았다. 원형 슬릿에 전자를 쏴서 전자의 분포를 확인하는 실험이나 사슬 복합체에서 dual을 취해 코호몰로지를 구하는 과정을 다시 보았다. 이 부분은 꼭 시험에 나올 것이다.
‘현재 시간은 9시 5분 34.12345678901초’
이런 5분밖에 안 남았다. 지금부터는 첫 번째 시험 과목인 수학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훑어봐야 해! 사슬 복합체를 구하는 방법… dual 연산… 1+1=2… 리만 가설 증명 완료 Q.E.D. …
‘현재 시간은 9시 9분 59.99999999999초!’
됐어! 완벽해! 나 또한 점심을 초월했다. 이제 깡태구를 이길 수 있어! 이렇게 생각한 순간 시험 감독관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험에 대한 간단한 규칙을 알려주고 시험지와 답안지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마지막 답안지를 받는 순간 시험 시작종이 울렸다.
“시험 시작이다.”
모두가 한순간에 시험지를 넘겼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다. 사슬 복합체에 dual을 취해 코호몰로지를 구하는 문제가 나왔어. 조금만 고민하면 맞힐 수 있는 문제다. 그렇지! 정답은 -1이다!
이런 느낌으로 시험 시작 후 1시간이 지났다. 대부분이 이미 모든 문제에 답을 적고 여유롭게 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경기북 중간고사 수학 문제 수준이 이 정도라고 이럴 리 없어. 분명 함정이…
그때였다 갑자기 시험 감독관이 돋보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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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추가 문제?!

뭐지, 이 돋보기는? 혹시 컴퍼스 대신해서 원을 그릴 때 쓰라는 건가. 하지만 수학 문제 중에 원이 필요한 문제는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도대체 어디에 쓰란 말이야!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감독관을 바라보자 감독관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소리 없이 웃기 시작했다. 미쳐버린 건가.
‘드르르륵’
누가 갑자기 시험시간 도중에 일어났다.!!! 아니 그는 장진원! 도내 최강 운동선수로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자신의 재능과는 별개로 과학자를 동경하여 경기북에 입학한 인싸! (어이 경기북에 입학한 것 만으로 이미 과학자로서의 자질은 충분하다고…) 그가 갑자기 왜 돌발 행동을 하는 거지? 시험시간에 일어나면 시험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고!!!
‘휘리릭 휘리릭 휘리릭’
완벽한 공중제비 3회전이었다. 역시 그는 이번 중간고사를 통해 과학자의 꿈을 포기하고 다시 도내 최강 운동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은 거군. 너의 그 꿈 응원하다. 그의 얼굴에도 매우 만족한 듯한 미소가 번졌다. 시험 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시험감독관이 장진원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여기 추가 문제다”
??? 설마? 나는 돋보기를 들고 시험지 끝부분을 샅샅이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견하고 말았다. 추가 문제의 지급조건을.
‘3 연속 공중제비 성공 시 추가 문제 지급’
역시 수학 시험이 이렇게 쉬운 이유가 있었어 여기서 변별을 가르다니. 수학능력뿐만 아니라 신체능력까지 평가하는 건가.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3 연속 공중제비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휘리릭 휘리리.. 릭.. 허억허억 어떻게 3번이나 돌라는 거냐!!!’
‘휘리릭…. 휘리릭….. 휘리…. 아니야! 이건 3 연속이 아니야!!!’
‘휘릴.. 퍽…’
“꺄아악 기절했어!!!”
이런 부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나도 3 연속 공중제비는 못하는데. 젠장! 이럴 때를 예측해서 공중제비 연습을 해놓았어야 했어. 나는 공중제비 못한다고… 방금 전 기절한 학생 때문에 학교 앞에 엠뷸런스가 도착했다. 실려가는 학생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깡태구였다… 두둥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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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잡답 블로그

BBC 선정 ‘인류 최고의 정보 블로거’, TIME 지 올해의 인물 선정,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음을 잇는 천재,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최고의 기술자, 모두 권도헌을 서술하는 수식어이다. 권도헌은 인류 최고의 수학자, 물리학자, 극작가, 만화가, 평화주의자, 비건, 페미니스트, 요리사, 사업가, 블로거이다. 그가 이룩한 업적은 수없이 많아 빌 게이츠는 ‘그의 존재가 인류 발전을 50년 앞 당겼다.’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가 바로 잡답 블로그다. 그의 대부분의 활동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는데 그의 철학부터 시작하여 예술, 수학, 물리학 분야의 방대한 지식을 향유할 수 있다. 하루 방문자 수는 3억에 달하며 이로 인해 카카오는 연간 35조 달러의 수익을 얻고 있다.

-상대성이론 샌즈 절대 지식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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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중간고사 끝

“자 뒤에서 부터 시험지랑 답안지 걷어와”
드디어 물리까지 모든 시험이 끝났다. 시험 점수에 절망하여 울고 있는 아이들과 그저 시험이 끝나 기뻐 웃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기만하기 바쁜 아이들이 섞여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가 되었다. 특히 3 연속 공중제비에 성공한 장진원은 일약 스타가 되어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이건 부조리해… 어째서 수학시험에 3 연속 공중제비가 있는 거지! 난 당연히 요들송 부르기로 나올 줄 알았는데… 이건 불공평해!’
깡태구는 작게 속삭이고 있었다. 확실히 이번 수학 시험은 어떤 측면에서 부조리함이 있었다. 하지만 고작 시험이라고 그 정도로 분노할 사건인가? 나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깡태구의 분노는 점점 커져만 가는 것 같았다. 이러다간 큰 사건이 터질 것 같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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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험공부하러 갑니다.